번역된 제목이 원제보다 더 좋은 영화 10편
* 2014년 즈음 작성된 글입니다.
* 제가 쓴 글은 아닌데 출처를 잃어버렸습니다.
요새는 원제목을 그대로 사용해 개봉하는 외화가 많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외화 제목을 적당한 한글 제목으로 바꿔서 개봉했었다. 그 중 번역이 잘 되었거나 재미있게 번역되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소개해 본다.
1. 내일을 향해 쏴라
원제 :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감독 : 조지 로이 힐 / 주연 :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주인공인 두 청년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따서 원제는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지만, 한글 제목은 <내일을 향해 쏴라>이다. 어두운 현실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미래로 향하는 젊은이들을 그린 영화 내용을 표현하려 한 듯 보인다. 영화의 대성공 이 후 당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나타내는 어휘로 많이 사용되었다.
2. 사랑과 영혼
원제 : Ghost (1990)
감독 : 제리 주커 / 주연 :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유령을 뜻하는 '고스트'라는 원제를 '사랑과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여 제목이 흥행에 큰 기여를 한 작명 사례로 유명하다.
3. 가을의 전설
원제 : Legends of the fall (1994)
감독 : 에드워드 즈윅 / 주연 : 브래드 피트, 앤서니 홉킨스
이 영화의 원제인 'Legends of the fall'은 한 여자로 인해 가문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여기서 the fall은 '몰락'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몰락의 전설' 정도의 제목이 올바른 번역의 제목이겠으나 이 영화를 담당했던 마케팅 직원이 게을렀는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아무튼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번역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the fall'을 '가을'이라 생각하고 '가을의 전설'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만다. 그러나 오역으로 탄생한 제목은 'Ghost'를 '사랑과 영혼'으로 번역한 사례와 더불어 최고의 작명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초봄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이후 '가을이 되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오랫동안 랭크되는 웃지 못할 영광을 얻게 된다. 한국에서의 '브래드 피트'의 전설적인 인기도 이 영화와 함께 시작된 게 아니었나 싶다.
4.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원제 : Cruel Intentions (1999)
감독 : 로저 컴블 / 주연 : 라이언 필림, 사라 미셸 겔러, 리즈 위더스푼
'위험한 관계'라는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잘난 바람둥이가 여자를 유혹하는 내기를 하다가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흔한 스토리이다. 원작 '위험한 관계'를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원제를 직역하자면 '잔인한 의도' 쯤 되겠지만 국내에서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지금보면 상투적이고 오글거리는 제목일지 모르겠으나 16년 전 지어진 제목으로는 꽤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5.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원제 : As good as it gets (1997)
감독 : 제임스 L. 브룩스 / 주연 : 잭 니콜슨, 헬렌 헌트
이 영화의 원제 'As good as it gets'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늘 그대로의', '답보상태'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영화의 내용과도 부합한다. 뒤틀리고 냉소적이며 강박증까지 보이는 주인공은 항상 똑같은 테이블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사를 하고 성격 역시 신경질적이라 주변 사람들도 주인공을 피하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그런 일상을 살고 있다. 영화는 이런 주인공이 더 나아질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As good as it gets'는 '좋아질 만큼 좋아져서 이 이상 좋아질 수는 없다'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만 '좋아질 만큼 좋아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자기만족의 감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오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는 훌륭한 제목이다.
6.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원제 : Something's gotta give (2003)
감독 : 낸시 마이어스 / 주연 :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는다'는 원제의 뜻에 부합하면서 영화의 내용도 충실히 반영한 제목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개성과 호기심을 이끈 훌륭한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7.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원제 : Shallow Hal (2001)
감독 :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 주연 : 잭 블랙, 기네스 팰트로
원제를 직역하면 '천박한 할'이지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단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만 좋아하는 속물 근성의 주인공 '할'을 표현한 '천박한 할'이라는 원제보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라는 번역 제목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키고 영화의 개성 또한 잘 살렸다고 평가한다. 이 영화(제목)의 성공으로 이후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등의 아류 번역이 성행하게 된다.
8.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원제 : Music and Lyrics
감독 : 마크 로렌스 / 주연 : 드류 베리모어, 휴 그랜트
직역하면 '음악과 가사'라는 단순한 제목이지만 그렇게 개봉했다면 국내에서는 아마 흥행에 실패했을 거라고 확신이 들 정도로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이 제목 역시 영화 성공 이후 비슷한 뉘앙스의 아류 번역이 각종 미디어에서 이어지게 된다.
9. 저수지의 개들
원제 : Reservoir Dogs (1992)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 주연 :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이 영화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등장해 마치 개가 사납게 짖어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욕설을 내뱉고, 함께 모의했던 은행털이에 실패하자 배신자가 누구인지 서로 의심하고 물어뜯다가 결국 서로의 총에 모두 목숨을 잃는다는 줄거리이다. <저수지의 개들>의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제를 제대로 번역한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몇몇 평론가들은 원제에서의 'Reservoir'라는 단어가 '저수지'가 아닌 '저장고', '창고'를 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화의 주요한 장소적 배경은 바로 '창고'이다. <저수지의 개들>은 마치 투견들이 창고에 차려진 불법투견장에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것처럼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Reservoir'가 '저수지'로 해석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한영사전에서 'Reservoir'의 첫번째 의미가 저수지이고 네번째 의미가 저장고, 창고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론만 놓고 봤을 때 원제 'Reservoir Dogs'는 주입식 영어공부에 충실했던 마케팅 직원 탓에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오역된 한글 제목으로 작명되었지만, 그 덕분에 상징성 있는 훌륭한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10. 투모로우
원제 : The day after tomorrow (2004)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 주연 :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에미 로섬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모레'로 번역되어야 하지만 한국으로 오면서 '투모로우' 즉 '내일'로 하루가 줄었다. 이를 두고 우스갯 소리로 "한국인들은 뭐든 '빨리빨리'를 좋아해서 재앙도 하루 먼저 온다"라던가 "안전불감증 때문에 '모레'만 되어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 '내일'로 닥쳐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확실히 '모레'라면 사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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