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 몬스터> 리뷰
* 2005년 즈음 작성한 글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이상하게 공포영화만 땡기는 요즘이다. 공포영화 감상 후의 증상(후들거림이나 멍해짐)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은 착각 때문인 듯 하다. 그렇다고 자르고, 피 튀기고 내장 튀어나오는 고어물은 취향이 아니고, 조금 소프트한... 잘려도 샤-샥 하고 지나가고 뭐가 튀어나와도 실눈 뜨고 보면 볼만한 그런 영화가 좋다.
요즘 본 공포/스릴러 장르 중 실망스러웠던 <알포인트>, <거미숲>을 제외하면(공교롭게도 둘 다 감우성 주연ㅋ) <새벽의 저주>, <숀 오브 데드>, <28일 후> 등 모두 흥미진진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 <쓰리, 몬스터>이다. 3명의 거장 감독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며칠 전 겨우 보게 되었다.
에피소드 1. 상자
감독 : 미이케 타카시
어릴 적 본의 아니게 아버지와 쌍둥이 언니를 죽게 만들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 의붓 아버지와 쌍둥이 자매는 유랑극단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조그만 공연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똑같은 외모에 똑같은 행동, 똑같은 옷... 모든 것이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언니만 사랑한다. 어늘 날 저녁, 조그만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는 언니를 보던 그녀는 장난 반, 질투 반으로 언니가 들어간 상자를 닫고 고리를 걸어 그 안에 잠시 가두는데...
공포영화 <오디션>, <착신아리>의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에피소드. <오디션>은 너무 잔인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보다가 말았고 <착신아리>는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이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미장센에 공포 장르보다는 <러브레터> 같은 멜로 장르에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2. 만두
감독 : 프루트 챈
왕년에 잘 나가던 유명 여배우인 그녀. 나이를 먹어가며 늘어나는 눈가의 주름과 늘어지는 살 때문에 걱정이다. 잘 나가는 사업가인 남편도 왠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이게 다 자신의 외모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고심하던 그녀는 며칠 전 지인에게 소개받은 '젊음을 되찾아주는 신기한 만두'를 판다는 가게를 방문하게 되고 맛이 매우 이상했지만 먹고 나니 왠지 효과가 좋은 것 같아 이후로도 종종 가게를 찾는다. 그러던 어느날 호기심에 가게 주인이 만두를 어떻게 만드는 지 몰래 엿보게 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재이지만 젊음에 대한 인간들의 욕망을 생각하면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2014년 추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잘 나가는 남편을 반가운 인물이 연기한다. 바로 '양가휘'. 많이 늙었다. 염색을 한 건지 노화에 따른 건지 흰 색의 짧은 머리로 등장하는데 충격이긴 했지만 잘 어울리더라.
에피소드 3. 컷
감독 : 박찬욱
주인공은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멋진 집에 피아니스트인 아름다운 아내, 거기에 외모와 성격까지 훈훈하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온다. 갑작스런 습격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자신은 결박 당해 있고, 아내는 마치 마리오넷 인형처럼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피아노에 고정되어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불청객의 얘기를 듣던 주인공은 모든 면에서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이 불청객에 의해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자신 속의 또다른 나를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나라면 저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임원희'가 연기한 불청객이라는 인물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이다. 나에게 진정한 악역은 짜증하는 인간인, '강혜정'이 연기한 부인이었다. 까메오인지 우정출연인지 모르겠으나 초반에 극중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여배우로 '염정아'가 등장하는데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토해내는 장면에서 정말 리얼했지만 왠지 웃음이 터졌다. 염정아는 공포스런 연기가 정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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