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은하철도999>의 숨은 이야기
과학기술문명이 거의 극한에 다다랐던 라메탈의 천재 과학자 '프로메슘'은 남편인 '닥터 반과 함께 인간들이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기계화 제국건설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본래의 의도와 달리 사회구조가 물질만능주의로 도색 되는 현실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하록'(선장), '에메랄더스', '토치로' 등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계가 있는 생명의 멋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이고 여기에는 기계제국 건설에 대한 회의를 느낀 닥터 반도 뜻을 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지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프로메슘이 건설한 기계제국만이 이상의 세계라고 믿고 자신의 이상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날의 동지였던 하록과 갈라서게 된다.
그런데 평소 철이의 엄마를 사모해왔던 닥터 반은 이들마저 파우스트처럼 기계화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철이와 철이 엄마를 지구로 피신시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프로메슘은 닥터 반을 처형하고, 현상수배를 내려 지구의 기계백작들에게 철이 엄마를 사살하고 그 증거로 철이 엄마를 박제하여 보내라고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지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기계제국 건설에 있어서 철이와 같은 용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철이만은 죽이지 말고 데려올 것을 프로메슘에게 간청한다.
이에 프로메슘은 자신의 딸인 메텔을 주요 성분이 인간과 같은 단백질로 구성된 기계인간으로 개조하여 철이를 붙잡아 오라고 시키게 되는데, 이때 프로메슘은 고의적으로 메텔을 철이 엄마의 복제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즉 클론 기술로 철이 엄마를 복제해 만든 육체에 메텔의 정신을 바꿔 넣어 철이를 유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철이를 안드로메다까지 데리고 와야만 하는 메텔의 지루하고도 슬픈 여행이 시작된다. 정확히 파우스트의 아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메텔은 철이와 유사한 모습의 소년들을 한 명씩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가고 또 데려간다. 물론 그들은 기계제국의 용사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지만 일단 기계인간이 되어버리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끝나게 되는 것을 메텔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메텔이 파우스트의 아들인 줄 알고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간 소년들은 대부분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다음 메텔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안드로메다에 도착해 기계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프로메슘의 흉계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자신이 메텔에게 속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메텔에게 속은 첫 번째 희생양이 가짜 하록이었다. 가짜 하록 역시 본래는 철이처럼 그 무엇인가의 신념과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파우스트를 자신의 친아버지라고 믿은 나머지, 자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을 뒤로 하고 파우스트 편에 서게 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적일 수밖에 없는 하루에 대한 반발심을 주입받은 채 기계제국의 용사로 거듭났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메텔이 또 다른 파우스트의 아들이라고 추정되는 소년)을 데려오자 가짜 하록은 메텔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고 메텔을 증오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가짜하록은 999호가 반드시 정차하게 되어 있는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분기점인 행성 헤비멜다에 시간성이라는 자신의 요새를 만들어 놓고, 자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의 이름을 도용하여 메텔이 새로운 소년을 데리고 올 때마다 그 소년을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히 가둬버리려 했던 것이다.
메텔이 입고 다니는 검은 코트. 이 옷은 서양에서 여자들이 장례식 때 입는 문상복이다. 메텔은 자신 때문에 기계제국의 이슬로 사라져간 무고한 소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그런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고,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소년들을 데려가는 메텔의 행동이 가짜 하록의 눈에는 더없이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데려가는 철이라는 소년은 파우스트의 아들임이 분명했다. 이따금씩 메텔의 품에 안겼던 철이는 "마치 엄마 품속 같아"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모성애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니라 메텔이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것을 느낄 만큼 철이가 확실히 파우스트의 아들임을 나타내는 암시였다.
999호가 헤비멜다에 정차하기 직전 메텔은 철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없더라도 철이 혼자서 여행할 자신 있지?" 이번에야 말로 파우스트의 친아들을 데려가는 메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부담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물론 메텔은 가짜 하록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메텔의 의상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메텔은 자신의 임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에 의해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 첫 번째 소년인 가짜하록을 적극적으로 응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메텔에게 있어서도 역시 친아들과 같은 존재인 철이가 가짜 하루에 의해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갖혀 버리자, 철이에 대한 메텔의 모성본능이 드디어 폭발하게 된다. "우주역사에 마녀라고 기록되어도 좋아. 철이를 위해서... 나는 절대로 당신을 그냥 둘 수 없어!" 그만큼 메텔에게 있어서 철이는 소중한 존재였다.
출처: 여성시대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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