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교수의 비즈니스 산책 (2011.12.01)
선택은 고객이 한다 - 경쟁사와의 차별화 노리지만 기업 의욕만 앞세우면 안 통해, 철저하게 고객 욕구 충족해야
튀는 게 차별화는 아니다 -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고객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팔려… 차별화된 상품임을 각인시켜야
개인사업을 하는 김고민 대표는 요즘 세계 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데 현대·기아차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고 하고, 사업이 잘 된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궁금증이 늘고 있다. "우리 사업은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남들은 잘나가는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잘나가는 기업들은 효과적인 경쟁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방법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첫째, 경쟁사와 동등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훨씬 낮은 원가에 만들어 경쟁사보다 싸게 파는 방법. 둘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독특한(unique)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프리미엄(비싼) 가격으로 파는 방법. 셋째, 좁은 범위의 니치(틈새)시장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세 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바로 차별화다. 공략하려는 고객군을 잘 선택하고,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걸맞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즉 타깃고객군의 니즈(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차별화가 수익 창출의 핵심이다.
기업관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면 모두 실패
러닝셔츠 목 뒤쪽에 부착된 까칠한 라벨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러닝셔츠를 사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라벨을 가위로 떼내는 것이었다. 입을 때마다 까칠한 라벨이 목 뒤쪽을 불편하게 건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닝셔츠 제작 회사들은 목 뒤쪽에 라벨을 붙여야 소비자들이 보기 쉬워 광고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고집해왔다. 그러다 고객들이 라벨부터 떼어버리는 걸 알고는 몇 년 전에야 라벨 부착 위치를 등 바깥쪽으로 옮겼다. 아무리 고객 마음에 쏙 드는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었더라도, 라벨 같은 작은 부분도 고객을 배려해야 하며 기업 욕심을 앞세워서는 안 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차별화 전략은 타깃이 되는 고객이 목말라 하는 니즈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만,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니즈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기업 관점이 우선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차별화를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잡는 실수를 반복한다.
선트러스트 은행 등 여러 미국 금융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에 한 곳에서 주식 거래도 하고 예금 거래도 하는 '원-스톱 금융서비스' 개념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증권 고객과 예금 고객이 서로 다르다는 특성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금융점포들을 합쳐놓고 고객들에게 오라고 한 셈인데, 이는 철저하게 금융회사 관점에서 나온 전략이었다.
또 다른 실수는 '튀어야 잘 팔린다'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차별화와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어린이 정서 발달에 좋다고 광고하며 출시한 하인즈의 녹색·노란색 케첩과 펩시의 투명 콜라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 튀는 상품이었을 뿐, 고객 관점에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니즈였다는 점을 망각한 결과였다. 단지 튀는 제품이나 서비스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차별화된 상품이란 점을 고객에게 각인시켜라
눈을 가리고 시음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맥도날드 커피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조사됐지만, 실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는 맥도날드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다. 이는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인에게 차별화된 커피라는 점을 각인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화 실행의 다음 단계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독특하다는 인식을 고객 머릿속에 심어주는 방법으로 고객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실제 가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상품임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차별화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차별화 포인트를 저(低)원가에 기반한 낮은 가격으로 잡은 기업은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상당히 싼 값에 내놔야 한다. 의류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니클로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고객들이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쓸 수도 있다. 커피빈이나 스타벅스가 커피 한 잔을 4000원씩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가격 차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저원가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 경쟁 우위를 창출하려는 기업은 비용 절감의 문화가 뿌리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하며, 간접비를 비롯한 비용 전반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프리미엄 가격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기업은 강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설계 역량, 마케팅 역량, 품질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창의성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어야 한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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