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영화 <괴물>
- 2006년에 모 커뮤니티에 작성했던 리뷰입니다.
며칠 전 봉준호 감독의 '괴물' 시사에 다녀오고는 짧게나마 리뷰 남겨 알려드리고 싶어 글 남깁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괴물'의 줄거리는 대충 다들 아시겠고, 영화에서도 딱히 반전이랄만한 것도 없어 줄거리 설명 정도는 상관없겠으나 정보 없이 영화 보시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영화 내용에 대한 설명은 안 할랍니다.
보기 드문 한국산 SF/괴수영화이라서 CG 등 그래픽 부분이 많이 걱정스러웠는데 괴수의 CG는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손색없는 정도'의 수준. 충분히 괴수스러운 모습에, 소형버스만한 큰 덩치의 움직임도 중력이나 관성, 작용/반작용 등의 물리법칙을 충분히 고려하려는 노력이 느껴지더만요.
괴물의 모습은 뭐랄까 머리부분은 물고기(어류)의 모습에, 긴 꼬리는 하수구에 사는 쥐의 그것(설치류/맞나?)과 좀 비슷하고, 긴 혀에 다리는 개구리 다리(양서류) 같습디다. 사람을 바로 잡아먹기도 하지만 삼켰다가 둥지에 돌아와 뱉어내고는 배고플 때 다시 한 명씩 삼키는 모습도 보여주네요. 나중에 소화되지 않은 뼈들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ㅋ 여러 동물의 특징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의 개체가 오염물질로 인해(스!포!일!) 그동안 잡아먹었던 먹이들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변이된 게 아닌가 싶네요.
수면으로 뛰어들어가고, 무게로 인해 부서지는 블럭들에선 배경과 괴수 사이에 살짝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실사에 괴수부분만 합성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위화감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SF와 괴수영화를 좋아하고 잘 만들어진 애니와 외국드라마를 즐겨보는, 그리고 철저한 고증을 중시하는 저를 비롯한 짱공의 많은 분들의 눈에는 충분히 거슬릴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으로 생각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인 '괴물 구경하다가 괴물한테 쫓기는 신세가 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는데요, 그 넓은 한강변 공원에서 한 마리의 괴물 때문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도망가는 장면은 약간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의 연기는 뭐 자타가 공인하니 두말 필요없고, 괴물의 목소리(목소리라고 해봐야 소리지르는 거 ㅋ)는 오달수 아자씨 목소리 합성해서 만든 거는 아시죠? 그동안 봉감독 영화에 출연했던 김뢰하, 박노식, 아역 이재응 등도 까메오로 살짝 얼굴을 보입니다. 반가웠어요.
어제 봉감독 인터뷰한 아는 기자분 말로는 봉감독, 나름 고무되어 있는 듯 했답니다. 기자시사 후 평이 좋아서 주변에서 많이 띄워주는 거 같더라던데.. 아무래도 흥행에 성공한 '살인의 추억' 이후 첫 상업영화이다보니 걱정 많이 했나봐요. 감독들도 사포모어 징크스 같은 거 있나 봅니당. 뭐 결과는 개봉해봐야 알겠지만 제 생각에도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할 거 같습니다. 기자시사 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니깐 다들 박수치더라구요. 기자들.. 기자시사 후에는 박수 잘 안 치거든요. 아무래도 먹고 사는 일이라.. ^^;
개인적인 생각으로 괴물의 감상에 가장 방해가 되었던 강력한 스포일러들은 칸에서 극찬받았다고 기사 쓴 기자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사 안 봤으면 훨씬 재미있게 봤을 걸..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무튼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제가 본 영화 '괴물'은 기대 안 하고 보면 재밌을 영화, 기대 하고 보면 재밌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한 영화 되겠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담에 또 한국영화 기자시사 다녀와서 글 올리겠습니다. 외국 영화는 기자시사 하기도 전에 짱공에 이미 다 돌아버려서 ㅋㅋ 의미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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